전시안내
Disguise

 

 

 

이지은 Jieun LEE | Solo Exhibition





「화중지화, 꽃 속의 숨은 뜻을 품고 있는」中 발췌



민병직(독립기획)

피고 지는, 그렇게 꽃은 가장 찬란한 생의 한 순간을 위해 한껏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버리기에 그토록 애틋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활짝 핀, 형형색색의 다기한 형상들만이 꽃의 전부가 아니라 이처럼 이내 사라지고 마는 존재론적인 유한성으로 인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죽음을 향한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무한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려 하는 역설적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본원적인 의미들로 인해 더욱 강렬한 느낌들로 자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꽃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면모들이 생의 숱한 사연들로 때로는 화려하게 빛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스라이 지고 마는 우리의 유한한 삶, 그 덧없기조차 한 생의 무상함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꽃은 겉으로의 가시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하는 우리 생의 내밀한 이치마저 곱씹게 만든다. 숨기지 않으면 꽃이 아니라는 어떤 이의 말처럼 꽃은 다채롭고 향기로운 자태들만큼이나 우리 생의 은밀한 비의들마저 못내 감추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모순적인 생의 비밀들을 숨기고 있었기에 더욱더 화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꽃이 전하는, 혹은 숨기고 있는 모순적인 의미들일 것이다. 전시장 가득 수놓은 작가의 꽃들이 전하는 것도 이처럼 눈에 보이는 바대로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이 또한 이번 전시의 중요한 기능이겠지만) 그 이면의 감추고 있는 또 다른 진실, 이에 대한 어떤 깊이 있는 깨달음으로 향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는 화중지화(花中志花), 곧 꽃 속의 숨은 뜻을 품고 있는, 또 다른 의미의 꽃들로 자리하지 않나 싶다. 

이런 생각들 때문인지 이번 전시는 꽃들로 만개한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의미심장하며 왠지 허망한 느낌조차 들게 한다. 흔한 비유일수 있겠지만 이를테면 찬란한 슬픔 같은 그런 의미들, 짧지만 강렬하고 긴 여운으로 자리하는 삶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특히나 전시의 프롤로그처럼 작가의 개념을 함축하면서 전시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나프탈렌 조화 작업에서 이러한 생각을 분명히 하게 되는데 앞서 말한 꽃이 감추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들을 감각, 개념적으로 가시화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서서히 그 모습을 변모해가는 꽃의 형상들은 나프탈렌 특유의 공기 중으로 쪼그라들며 휘발하는 물리적인 속성들로 인한 것이겠지만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들은 종국에는 사라지고 말뿐이라는 우리의 유한하고 덧없는 삶을 반추시킨다. 그리고 세상 만물은 늘 어떤 변화의 동적인 과정에 있다는 삶의 무상함의 의미를 전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어떤 정해지고 고정된 형상은 없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적인 의미들에 앞서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프탈렌 고유의 짙은 향취들일 것이다. 한 시절, 청결과 위생을 대표하며 우리 일상 곳곳에 자리했던 특유의 냄새들로 인한 독특한 느낌들, 그 일련의 기억들 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실재의 위생적 효과, 화학적 기능과 상관없이 그 강렬한 향들로 인해 마치 무언가를 의뭉스럽게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작가는 이를 위장(disguise)개념으로 문제설정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작업은 삶의 진실을 숨긴 채 이를 과도한 화려함으로 위장, 변장하고 있는 것들을 들춰내는 일종의 탈은폐, 드러냄의 전략과 관련이 있다. 전작들인 나프탈렌으로 만든 주얼리 작업이나 과장되고 복잡한 패턴 작업 역시 현대인들의 자기의 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외형적으로만 치장하는 것들을 문제시하는 작업들이라 볼 수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좀 더 심화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이번 전시의 작업들 역시 전체적으로 허위의 겉치레를 통해 이면의 것들을 은폐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들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선택된 나프탈렌은 허공중으로 산화하는 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결국은 외형적인 껍데기가 사라지고 본질적인 알맹이만 남겨지게 되는 생의 어떤 의미를 드러내기에 적절한 소재이며 순백의 색감도 그렇지만 특유의 강렬한 냄새, 화학적 작용들로 마치 무언가를 위장하고 있는 것 같은 동시대의 세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효과적인 질료, 매체로 작동한다. 우리의 감각들을 마비시키는 가짜, 거짓의 것들, 외형적인 허울에 불과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것들이 아니라 그 이면의 비가시적인 것들, 혹은 물질, 형상 너머의 더 깊은 가치를 향한 작가적인 지향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상술한 꽃의 속뜻이 전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외형만이 아니라 더욱 묵직한 의미들로 자리하는 생의 본원적인 의미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의 조화(造花)이기도 한 이 작업 역시 형상의 외피로 자리했던 나프탈렌이 서서히 날아가 버리면서 그 본연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실재 꽃이 드러나는 설정을 통해 가식적으로 위장된 것들은 허공에 사라지고 말 뿐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무겁기만 한 뜻과 의미만을 개념적으로 전하지는 않는다. 시각적인 것을 포함, 후각, 촉각적인 것들은 물론 조각, 영상, 오브제, 설치 등의 복합적인 감각들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다기한 감각들로 구현된 꽃의 조형, 이미지들로 전시라는 전체 공간을 개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력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예술치료전공 석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조소전공 졸업